나무늘보의 매거진

[58년 개띠가 온다] 3층보단 지하1층

나무늘보

2020.09.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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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노할매?

 

유튜브에서는 모델 출신의 유튜버가 시골 할머니 집 장롱을 털며, 오색 휘향 찬란한 옷을 입어보며 착샷을 선보인다. 총 천연색 꽃무늬 일바지와 넉넉한 원피스 그리고 샛노란 금붙이 장식은 발렌시아가, 베트멍, 구찌, 사카이 등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에서도 참고하고 영감을 받는다.

예전에는 '투머치'의 형용사로 통용되던 '할매패션'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할매들이 세계적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다. 이 할매 패션은 넥스트 할매할배가 되고 있는 5060 세대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을까?

 

 

  

 

W매거진 화보에 등장한 시골 할머니(왼쪽)와 구찌의 최신 옷을 차려임은 배우 자레드 레토

 

 

 

3층보다는 지하 1층.

 

필자의 부모님은 이미 환갑을 넘겨 70대를 바라보고 계신다.

 

그들의 옷장은 과연 휘향 찬란한 오색 꽃이 넘쳐날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들은 스스로를 절대 할매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를 할매보다는 엄마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빨리 편하고 통풍이 잘되는 꽃무늬 바지는 입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싼 모피를 걸치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들은 숙녀복이 모여있는 백화점 3층 보다는 가성비 좋고, 젊은 애들이 즐겨 입는 코너가 있는 지하 1층의 SPA 브랜드를 즐겨 찾는다.

 

그들은 왜 숙녀복이 있는 3층 대신, 지하 1층을 가는 것일까?

 

 


 

3층보단 지하 1층 (출처: 나무늘보 <58년 개띠가 온다.>)

 

 

 

그들이 옷을 사는 이유.

 

은퇴 후,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그들이 옷을 구매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실제로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5060 세대 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옷을 구매하는 가장 큰 기준은 '가성비'였다. 설문 응답자 중, 약 69%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브랜드'를 선택의 기준으로 답변했다. 특히 여성은 응답자 중 무려, 67.8%가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하여, 그들의 결정 기준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 외에 '가격이 비싸도 심리적 만족감이 높은 브랜드'에 대한 답변을 선택한 응답자는 23%로 '가성비'를 사람들이 월등히 높은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남성 응답자의 경우, 아내가 골라주는 옷을 입는다는 답변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5060 세대가 응답한 의류선택시 가장 중요한 기준 (출처: 나무늘보)

 

 

 

지하 1층에는 어떤 브랜드가 있을까?

그렇다면, 5060 세대가 가장 자주 구매하는 옷은 어떤 종류일까?


그들의 옷을 구매하는 기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은 가성비가 높은 옷을 중심으로 옷을 구매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50%가 넘는 응답자가(3개까지 중복선택 가능) 중저가 브랜드인 SPA 브랜드를 주로 구매한다고 답변하였다. 실제로 옷을 고르는 기준이 ‘가성비’라고 답변한 사람들 중, 무려 60.8%의 응답자들이 SPA 브랜드의 옷을 가장 자주 구매한다고 답변하였다.

 

 

5060 세대 여성 응답자의 자주 구매하는 의류(출처: 나무늘보)

 

SPA는 미국 브랜드 ‘갭’이 1986년에 선보인 사업모델로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한다.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을 피해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 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캐치하여 상품에 반영시키는 새로운 유통업체이다. 고객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1~2주 만에 ‘다품종 대량 공급’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며, SPA를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부른다.*(출처: 매일경제)

 

국내에 입점해있는 대표적인 SPA 브랜드는 COS, zara, mango, h&m 등이 있다. 이러한 SPA 브랜드는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아 남녀불문 선호도가 높다.

 

 


 

대표적인 SPA브랜드 (출처: 소비자경제)

 

이러한 브랜드는 주로 5060 세대를 타깃으로 한 백화점 3층(여성복 및 숙녀복 매장)보다는 오다가다 쉽게 들릴 수 있는 지하 1층 ‘영스트릿 코너’에 위치해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5060 세대는 이러한 SPA 브랜드의 의류를 구매하러 지하 1층에 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제 백화점도 데모 그래픽(연령 및 성별)을 기준으로 고객과 주 이용층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옷의 목적에 따라 층을 구분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은퇴세대의 옷장

옷을 구매하는 패턴도 남성과 여성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여성의 경우, 옷 종류 답변이 아마존, 로드샵, 홈쇼핑 등 30개가 넘는 다양한 답변을 한 반면, 남성 응답자의 답변은 비교적 간단했다.(제시한 보기에서 새로 추가된 응답은 없었다) 남성 응답자는 대부분은 주로 은퇴했지만, 여전히 잦은 미팅 혹은 모임이 있어 남성정장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고 답변하였다. 그들은 본인들의 생활패턴에 따라 의류의 종류도 달랐다.

 

또한, 남녀 응답자 모두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옷의 종류는 ‘골프복’이었다. 이는 그들의 생활 패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5060 세대 남성 응답자의 자주 구매하는 의류(출처: 나무늘보) 

 

실제로 ‘주로 여가시간에 골프를 친다’고 답변한 응답자 중, 41.6%가 골프복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고 답변하거나, 자주 구매한다고 답변하였다. 은퇴 후, 여가 혹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찰될 수 있는 결과이다.

 

이렇게 5060 세대는 관심사의 경계를 허물고, 그들의 제2인생의 맞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소비력이 있는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몇 조원이 넘는 시장은 움직이고 있으며, 이들을 파악하고 잡았을 때, 비로소 이 시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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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베이비붐 세대의 현황 및 은퇴 효과 분석, 통계청, 2010

 

사진 출처

W 매거진, 2019

 

글 

나무늘보(스타트업에 종사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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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는 2018년 기준 총인구의 38.22%에 이릅니다. 또한 2020년 시니어 관련 시장 규모를 149조 원으로 10년 전 44조 원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한 마케터에 따르면, 최근 유통계에서 가장 실패한 마케팅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실버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들이 노리는 5060 세대는 본인들을 '실버'라고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열정과 세련되고자 함을 잘 이끌어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이 세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게 58년 개띠가 움직이는 포인트를 포착하고 실행하는 브랜드에게 149조 원의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다양한 글을 통해 58년 개띠를 심층 분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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