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시대에 Z세대가 나타났다

Z세대의 대부(代父) 스티브 잡스

심두보

2020.07.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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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태어나기 40년 전, 1995년 2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전 세계의 Z세대에게 가장 지대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한 인물이 세상의 빛을 봤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다. 그의 회사 애플(Apple)이 2007년 선보인 아이폰(iPhone)은 Z세대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다. 또한 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아이폰을 이해해야만 한다.

 

 

iPhone 2007 / 출처 = 셔터스톡
 

 

 

iPhone 모바일 네이티브의 시작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 애플의 인재가 만든 아이폰은 세상을 바꾸었다. 잡스 말고 또 주목할 사람이 있다. 크리스토퍼 스트링거(Christopher Stringer)다. 애플의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그는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의 터치스크린 UX를 최초로 고안한 사람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은 오래된 기술이었다. 1960년대 이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발명했다. 직관적인 사용성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단계에는 다다르지 못했었다. 또한 이미 사람들은 마우스와 키보드란 훌륭한 입력장치에 만족하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마우스, 키보드, 리모컨 등과 같은 버튼 기반의 입력장치는 터치스크린과 함께 활용되고 있다. 

 

애플은 산업의 영역에 있던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대중에게 선물했다. 애플은 하나의 터치에만 반응하는 게 아닌 다양한 방식의 터치가 가능하게 했다. 멀티터치다. 두 손가락으로 이미지를 확대하고, 손가락의 방향으로 특정 기능을 활성화했다. 애플은 직관적인 사용을 위해선 정밀한 터치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보강할 애플의 강력한 소프트웨어는 아이폰의 오랜 인기의 배경이다. 

 

 

So, three things: a widescreen iPod with touch controls; a revolutionary mobile phone; and a breakthrough Internet communications device. 

An iPod, a phone, and an Internet communicator. An iPod, a phone … 

Are you getting it? 'These are not three separate devices, this is one device, and we are calling it iPhone. 

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

 

 

2007년 1월 8일 <맥월드 2007>에서 아이폰이 발표됐다. 초기 반응은 모호했다. “애플이 기이한 짓을 했다”란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세상을 바꿀 혁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난드텍 리뷰는 아이폰을 “<스타트렉>에서 튀어나온 듯한 기기”라고 평했다. 하지만 아이폰은 1960년대의 SF 영화인 <스타트렉>에 등장한 무선 통신기기보다 훨씬 더 미래적이었다.

 

사실 아이폰은 최초의 스마트폰이 아니다. 모토로라 Q, 블랙베리, 팜 트레오, 노키아 E62 등 아이폰에 앞서 세계적인 핸드폰 제조사는 기존의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의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누가 이들 폰을 기억하는가. 나와 같은 밀레니얼은 블랙베리란 이름을 알고 있겠지만, Z세대에겐 도무지 감도 잡지 못할 거다. 하지만 Z세대에게 아이폰은 거래한 트렌드이자, 힙한 브랜드다.

 

물리 키보드가 없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기존의 스마트폰은 혹독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블랙베리는 그나마 일부 전문직과 회사원이 아이폰과 함께 사용하였으나 그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폰 등장 이후 세계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는 애플의 뒤를 좇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이 제대로 구축될 때까지 독보적인 시장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혁신에 열광했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기술을 잠시 접어두자. 

 

 

애플은 사람들에게 '심플(Simple)'을 선사했다. 단지 단순함이 아니다. UX, 즉 사용자 경험이다. 직관적인, 단순한, 짧은, 편한 등과 같은 형용사는 Z세대를 관통한다. 1990년 중반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아기였을 때부터 이런 환경에 노출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집착했던 단순함의 미학은 지금의 Z세대에겐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시대의 괴짜였던 스티브 잡스는 Z세대와 닮은 면이 있다. 그의 경영 철학을 보면 마치 최근 설립된 스타트업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잡스의 경영 철학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경영은 기존 질서와 철저히 다르게 하라 

-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직접 몸으로 뛰어라 

- 항상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포기하지 마라 

- 기술력을 과신하기보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라 

- 간단하고 단순하게 하라 

 

 

천편일률적이던 우리나라 기업이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틀을 깨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빠르게 성장한 기업은 오래된 터줏대감 기업과는 다른 문화를 만들며,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Z세대는 연공서열과 아재 중심의 조직 문화를 견디지 못한다. 아니, 굳이 견디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걸 하라"는 구호에 마음이 흔들렸다면, Z세대는 "잘하는 걸 하라"는 이야기에 기울인다. 성공을 갈망하지만 배고픔을 두려워하는 Z세대는 절대 게으르지 않다. 그들은 오히려 그 어느 세대보다 부지런하다. 또한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를 접한다. Z세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보에 접근하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어느 분야가 됐건 젊은 나이에 특출한 기술이나 능력으로 성공한 이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먹방, 아이돌, 쇼핑몰, 공무원 등 그 분야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다.

 

Z세대에겐 새로움은 당연하다. 오히려 그들은 익숙해지는 데에는 영 익숙하지 않다. 애플은 아이폰을 매년 새 제품을 출시한다. 1970년과 1980년대생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을 선택함에 있어 자율성이 크지 않았다. 이른바 공중파 방송국에서 하는 몇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는 골라봐야 했다. Z세대는 한드, 미드, 영드, 일드 등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 중 자신의 취향과 잘 맞는 걸 본다. 심지어 수 천 개 쌓인 과거의 VOD도 그들의 선택지에 들어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명백히 선견지명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가 Z세대의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발명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철학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철학은 지금의 Z세대와도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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